
국내 배터리 3사가 차세대 이차전지로 주목받는 소듐이온배터리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원가 경쟁력과 저온 성능 등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받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먼저 양산에 나서면서 초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청주시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소듐이온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북미 고객사를 대상으로 30MW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소듐이온배터리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고 내년 첫 양산에 나선다는 목표다. 상용화 초기에는 차량용 보조배터리와 ESS 시장을 공략하고 향후 보급형 전기차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와 SK온도 소듐이온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무정전전원장치(UPS)와 ESS에 적용할 소듐이온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UPS는 갑작스러운 정전이나 전력 공급 이상이 발생했을 때 데이터센터에 비상전력을 공급하는 장치다. 삼성SDI는 소듐이온배터리 양산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올해 말이나 내년 중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할 방침이다. SK온은 ESS용 소듐이온배터리를 중심으로 내년까지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2028년 상용화에 나선다는 목표다. 전기차용 배터리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소듐이온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전기차와 ESS 시장에서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우수한 충·방전 효율을 갖춘 리튬이온배터리가 주로 사용돼 왔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주원료인 리튬은 채굴과 정제 공급망이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어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 소듐이온배터리는 소금의 주요 구성 성분인 나트륨을 원료로 사용한다. 나트륨은 매장량이 풍부하고 조달 지역도 넓어 수급이 안정적이다. 가격이 저렴해 배터리 원재료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저온 환경에서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것도 강점이다.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추운 환경에서 충·방전 성능 저하가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단점으로 꼽히던 에너지 밀도도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으며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최근 개발된 소듐이온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최대 175Wh/kg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최대 205Wh/kg)에 근접한 수준이다. 삼원계(NMC) 배터리는 255Wh/kg 수준이다. 여전히 격차가 남아 있어 전기차보다 무게와 부피 제약이 적은 ESS에서 우선 활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전 세계 소듐이온배터리 생산량이 리튬이온배터리의 1%에도 못 미칠 만큼 시장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본격적인 시장 확대는 2030년쯤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배터리 보급량 가운데 소듐이온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7년 2%에서 2030년 20%, 2035년 37%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보급량은 2030년 830GWh, 2035년 2.4TWh에 이르고 이를 위해 2035년까지 약 8000억달러의 신규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 선점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중국이다. CATL은 지난 4월 중국 ESS 업체 하이퍼스트롱과 3년간 60GWh 규모의 ESS용 소듐이온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으며 양산 단계에 들어갔다. 연말까지 출하 물량을 늘린 뒤 내년 6월부터는 해외 시장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BYD도 소듐이온배터리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과거 국내 배터리 업계는 고성능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하다 LFP 양산이 늦어지면서 해당 시장 주도권을 중국에 내줬다. 소듐이온배터리 상용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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